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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STORY

[ 1부. 각성의 시작 : 헤라의 저주 ]

에드윈 20년 발트 28일 17시 23분

 

예고없는 빗소리 사이로 이어지던 회의는 갑작스런 지진으로 멈췄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

우리는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우리를 부르는 걸 들으며, 정신을 잃었다.

 

우리가 다시 눈을 뜬 곳은, 파도소리만이 들려오는 모래사장. 이미 새까만 밤의 장막에 덮인 해안가였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들은 거의 사라지고, 전자기기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 곳은 어디지?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어째서 생긴지 모를 상처를 감싼채로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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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켈리가는 떠오르지 않고, 섬은 여전히 고요한 침묵에 잠겨있었다.

아주 늦게서야 천천히 빛이 돌아오고, 직감적으로 이 곳이 포세이라가 아님을 깨달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살펴보기로 했다.

 

허나 처음의 예상과 달리 섬 곳곳에서 알 수 없는 흔적이 발견되었다.

적어도 누군가가 이 곳에 머물렀었다는 걸 알 수 있을만큼 선명한 사람, 아니, 군인의 흔적.

너무나 긴 유통기한을 가진 식량. 입구가 없는 거대한 건물.

 

우리는 저마다의 걱정을 애써 삼키며, 해안가에 박혀있던 로봇을 고쳐 구조요청을 보내기로 한다.

설령, 여기가 어디든 우리는 우리의 집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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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접속 확인.

안녕하십니까.  이곳의 위치, G.F.K. 제 2 훈련소. 

모든 전력을 작동시킵니다.

 

로봇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과 동시에 절벽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암흑의 동굴 안엔 무엇이 있을지 고민을 하다 우리는 가보기로 결정했다.

만약 그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야기의 결말이 달라졌을까?

 

누가봐도 인공적으로 건축된 선착장, 그리고 엘리베이터. 우리가 다가서자마자 불이 들어온다.

마치 들어오라는 듯.

그렇게 우리는, 돌아오지 못할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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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람이 떠난지 오래인 듯한 건물 내부는 봉쇄되어 있었으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듯 열려있는 장소들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자료들을 보게 되었다.

 

‘헤라의 저주’

 

‘[E20년 W. 28.] 포세이라 사건 발발 보고서-실종’

 

‘[E24년 V.12] 연구소 이주 계획 보고서’

 

어느 것 하나도 와닿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 중에 우리들은 모니터를 통해

무언가 섬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나가려 했지만,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쥐덫에 잡힌 생쥐마냥, 우리는 그 건물에 갇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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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다음날 아침부터 아이들 몇이 아프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아이들의 곁에 앉아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더이상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퍼지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도움이 절실했다.

 

거칠게 건물로 들어온 것은 무장한 군인들이었다. 반란군이냐 묻는 목소리가

머리에 겨누어지는 총구보다 차가웠다. 우리는 다급하게 포세이라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외쳤다.

그들은 우리를 도와야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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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아파서 누워있던 아이들에게 이변이 생겼다.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휘몰아쳤다. 군인들의 목소리가 텅 빈 건물에 울렸다. 

 

‘지금부터 우리는 폭주자를 제압한다.’ 

 

우리들은 군인들의 손에 떠밀려 수송선에 탑승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캡슐에 담긴 나머지 아이들도 운반되었다. 우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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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포세이라에서 실종된 아이들

 

포세이라의 멸망의 원인.

 

헤라의 저주, 그리고 G.F.K.

 

강압적인 목소리가 우리들에게 물었다. 아니, 요구했다.

우리들의 끔찍한 저주를 국가를 위해 쓰라고. 그럴 기회를 주겠으니 받아들이라고.

 

누군가는 수긍했고, 누군가는 반발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택권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손목에 달린 제어기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우리의 낙인이었다.

 

그리고

 

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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